[일본 🇯🇵] 오사카, 교토 4박 5일 여행 일정 공유

최근 일상이 너무 스트레스가 가득하고 지쳐서 짧은 여행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로 했다. 원래는 싱가포르도 여행을 할 예정이었지만, 엄마가 바빠서 같이 못 가는 바람에 오사카만 여행하게 되었다.

일본은 여러모로 역사적으로 한국과 많이 얽혀있어서 불편한 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근데 정작 나는 8살 때 도쿄를 간 이후로 일본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동안 유럽, 미주, 심지어는 아프리카까지 다녀왔지만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은 거의 가지 못했다. 도쿄는 하도 어릴 때 가서 그런지 디즈니랜드에서 탄 놀이기구 하나 말고는 거의 기억나는 것도 없고... 마침 봄이길래 벚꽃을 기대하고 오사카 여행을 결심했다. 

오사카 여행 일정

사실 나는 어딜 가던지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짜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는 구글 지도에 모든 곳을 저장해두고, 각 운전 루트까지 저장해서 절대 길을 잃지 않도록 준비했다. 심지어 각 여행지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써야 하는지까지 조사해서 시간대별로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서 갔다. 근데 일본 여행은 가기 전에 밤샘을 세 번 연속으로 할 정도로 너무 바빠서 전혀 계획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즉흥 여행을 하게 됐다.

1일 차 - 오사카

• 아침 일찍 대한항공 인천 - 오사카 편을 타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 시차도 없어서 좋다. 9시 출발했고, 11시쯤 도착했다. 은근 입국 심사장 줄이 길기 때문에 화장실은 조금 참고 빨리 달려가는 게 낫다.
• 공항에서 오사카 난바역으로 - 난바역으로 가는 방법은 다음 포스트 참고! 우리는 제대로 안 알아보고 가서 라피트 말고 특급 열차를 타서 좀 더 걸렸다. 오사카까지 한 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난바역에서 지하철 타고 호텔까지 가려고 하니 사람들이 너무 많고 짐을 끌고 다니기에는 정신없어서 우버로 택시를 불러서 탔다.
• 호텔 리솔 트리니티 오사카 체크인 - 처음 2박은 오사카에 위치한 Resol Trinity Osaka 에서 지냈다. 난바와 우메다 중간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 역 2개 사이에 있어서 위치 때문에 더 골랐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가격 때에서 이보다 더 나은 호텔을 찾기가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메다 역 옆에서 지내는 게 베스트일 것 같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3-4시쯤 되었다. 
• 난바/도톤보리 - 오사카의 랜드마크 글리코 사인을 보러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에는 독특한 간판이 많은 가게들이 있고 맛집이 많다. 이치란 라멘 본점/분점도 난바/도톤보리 지역에 있다.
• 오코노미야키 미즈노 - 여행 책자에서 추천한 오코노미야키 미즈노에 식사를 하러 왔다. 미슐랭 빕 구르망으로 선정된 곳이라 항상 줄이 길다. 우리도 한 시간은 기다린 듯... 근데 맛은 평범하다. 솔직히 엄마는 너무 실망해 했다. 여기가 일본 여행 중 거의 최악의 식당이라고 했다. 내 입에는 평범했다. 오코노미야키는 그냥 맛있게 먹을 만했다. 근데 한 시간 넘게 추운 바람에서 줄 설 가치는 없는 듯. 그냥 주변 다른 오코노미야키도 이 정도 맛은 하지 않을까?
• 이치란 라멘 - 한국인에게 유명한 라멘집 이치란 라멘도 대기를 해서 들어갔다. 줄은 길어보여도 은근 대기가 빨리 빠져서 20-30분 정도 대기하고 들어갔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냥저냥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는 이번에도 실망했다. 사실 너무나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냥 아무 라멘집 가도 이 정도 맛은 하지 않을까? 1인석 구조는 독특해서 재밌었다. 
• 돈키호테 - 쇼핑거리다보니 돈키호테 지점이 여러 곳 있다. 돈키호테는 일본의 할인점으로 기념품을 사기 좋다. 들어가면 99%는 한국인이다. 온갖 과자류를 사기 좋으니 꼭 방문하는 게 좋고, 5,500엔 이상 구매하면 면세 할인도 되니 조금씩 나눠서 사는 것보다는 한 번에 왕창 사는 게 좋다. 대신 소모품은 일본 출국까지 사용 못하고 봉투에 밀봉되니 먹고 싶은 과자는 따로 계산해 달라고 해야 한다.

도톤보리의 특이한 간판들

2일 차 - 오사카

• 사실 도톤보리를 보고 오사카에 좀 실망을 해서 3-4일 차는 전부 교토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교토로 넘어가기 전, 오사카 성을 구경하고 우메다 지역을 좀 더 보기로 했다.
• 오사카 성 -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성이다. 사실 구경하면서 웃긴 점은 성 내부 박물관에 히데요시가 얼마나 위인인지에 대한 자랑은 다 해두고 막상 이순신 장군에게 진 임진왜란은 쏙 빼놨다는 것이다. 박물관 전시를 보니 히데요시는 모든 전쟁을 이겼고, 한국도 침략해서 한국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고 적혀있는데, 막상 패해서 후퇴한 내용은 포함도 안 하니 어이가 없었다. 이래서 일본이 욕을 먹나 보다 싶었다. 오사카 성은 오히려 정원 둘러보는 게 더 낫다. 안에 들어가면 볼 것은 없음.
• 우메다 스카이 전망대 -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용하러 우메다 스카이 전망대에 갔다. 주유패스를 쓰면 오후 4시 전까지 들어가야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줄은 입장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는데, 줄이 길어 보여도 한 30-4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3시에 도착해서 4시까지 못 들어갈까 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야외 전망대는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못 갈듯. 특히 건물 안쪽을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섭다. 실내 전망대에는 카페도 있으니 굳이 커피 사서 들어가지 말고 뷰를 즐기면서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줄이 거의 없다. 다들 주유패스 사서 오는지 유료가 되는 시점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안 가는 것 같다. 저녁에는 다시 붐빌 수도...
• 에페 돈까스 - 한신 백화점 지하 2층에 있다. 한신 백화점은 푸드 마켓 빌딩과 메인 빌딩이 분리되어 있는데, 메인 빌딩 지하 2층으로 가야 한다. 푸드 마켓 건물로 가면 엄청 헤매게 된다. 메인 빌딩으로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을 내려가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도쿄 X 돈까스를 먹었는데 고기에서 진한 버터향이 났다. 도쿄 X가 특별한 건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돈까스가 맛있다. 다 똑같이 맛있으니 굳이 도쿄 X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 애매하게 4시 정도에 가니까 대기 하나 없이 바로 입장했다.
• 한신 백화점 / 한큐 백화점 - 에페를 먹고 한신 백화점과 한큐 백화점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사실 뭐 쇼핑하러 다닌 건 아니고, 한신 백화점 식품관이 유명하다길래 싹 돌았다. 여기서 모찌와 양갱 등 간식을 많이 구매했다. 비주얼은 좋은데 맛은 또 너무나 특별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딸기 모찌는 맛있게 먹었다. 오사카의 백화점은 외국인에게는 5% 할인 쿠폰을 주니 쇼핑하기에 너무 좋다! 할인 쿠폰과 면세 혜택을 합치면 (+ 엔저) 셀린느 같은 브랜드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오사카 성

3일 차 - 교토

• 3일 차에는 기차를 타고 교토로 넘어갔다. 우리는 오사카역에서 JR을 타지 않고 로컬 전철을 타고 갔다. 
• 교토 링스 호텔 Hotel Rings - 교토 메인 거리에서 걸어서 한 5-10분 정도 들어가면 있다. 우리는 짐 때문에 택시 탔는데 사실 걸어갔어도 됐을 듯. 호텔 위치는 너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호텔 같지 않게 방이 너무나 넓다. 방이 넓어서 각각 트윈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잤다.
• 니시키 시장 錦市場 - 호텔 링스에서 걸어서 3분 정도에 떨어져 있는 니시키 시장. 구경할 재미가 나는 시장이다. 여기서 기념품, 선물 사서 가기에 좋다. 다시 팩이랑 후리카케, 시치미 등 사고 싶으면 여기서 사는 게 좋다. 다 먹어보고서 살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맛이 너무 좋다. 시장 내에서 참치동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사시미 퀄리티가 너무 떨어졌고 진짜 한국에서는 줘도 안 먹을 회가 나왔다. 가격은 또 퀄리티에 비해 너무 비쌌다. 니시키 시장에는 줄이 긴 우동 집이 하나 있는데 다음에 가면 거기서 먹을 것 같다. 중간에 어묵 가게도 있는데 어묵은 맛있다. 특히 새우 양파 맛이 최고!
• 니조 성 元離宮二条城 - 1603년에 쇼군을 위해 지어진 성이다.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은 필요하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신발을 벗고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바닥을 일부러 소리가 나게 지었다는데 소리가 인상적이다. 여기서 팁! 교토 스카이 홉 버스 절대로 타지 마세요! 배차 간격이 45분이라서 한 번 놓치면 너무 기다려야 한다. 이 차 시간에 맞게 나가려고 니조 성에서 출구까지 뛰어갔는데 성이 하도 커서 결국에는 놓쳤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괜찮은데, 두 명 이상 되면 그냥 택시/버스/지하철 타는 게 싸다. 그리고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웬만한 관광지는 5-6시 정도에 문을 닫기 때문에 버스도 그때까지 밖에 운영을 안 한다. 우리는 오후 늦게 시작해 놓고 이 티켓을 사서 7만 원을 낭비했다. 
• 금각사 金閣寺 - 교토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금각사!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히 보고도 남는다. 근데 일본은 정말 어디 가던 관광객이 넘치기 때문에 관광객 틈바구니에서 사진 찍기가 힘들다. 금색 건물이 인상적이다. 주차장으로 나오면 말차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 키야마 木山 - 일본에 있는 동안 맛있는 식사는 꼭 한 번 하고 싶어서 예약한 키야마. 미슐랭 1 스타의 가이세키 레스토랑이다. omakase.in에서 미리 예약금을 주고 예약할 수 있다. 저녁 코스로 예약을 해서 인당 무려 30,250엔을 지출했다. 거기에다가 사케 한 잔, 차 한잔을 추가로 마셔서 1800엔을 더 냈다. 코스 가격은 예약 당시 미리 선불로 지불했고, 음료는 현장에서 현금 결제했다. 레스토랑 웹사이트는 아래 참고. 단연컨대 일본에서 먹은 최고의 식사. 사실 돈을 그만큼 냈는데 최고가 아니면 그것도 웃길 듯

木山 | 京都 日本料理

(좌) 니조 성 (우) 금각사

키야마. 가쓰오부시를 눈 앞에서 갈기 위해 말린 가다랑어가 준비되어 있다.

4일 차 - 교토

• 1-3일 차에 매일 만 오천보 넘게 걸으면서 무거운 짐을 들고 여행을 하다 보니 너무 지쳐서 4일 차에는 좀 더 편안하게 현지 투어를 통해 가이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사실 말만 가이드 투어고 거의 카풀과 같은 개념이다. 가이드는 중간중간 이동할 때 관광지 설명을 해주고, 관광지에 도착했을 때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나머지는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근데 여행지 특성상 이런 자유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박물관 같이 가이드의 설명이 많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서 엄마와 나 둘이서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 기요미즈데라 - 기요미즈데라와 주변 니넨자카, 산넨자카는 꼭 둘러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교토의 북촌 한옥마을과도 같은 곳이다. 여러 전통 가옥들이 가득한 곳의 풍경을 즐기기에 딱 좋다. 대신 관광객은 드럽게 많으니 그것은 유의할 것. 우리는 비 올 때와서 우산까지 있어서 더 다니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기념품을 살 곳이 많고 귀여운 카페와 식당이 많다. 이 주변으로 구경할 관광지가 너무 많으니 3시간도 부족하다. 한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듯. 우리는 일정상 3시간만 구경하고 버스로 돌아갔다.
• 후시미 이나리 신사 - 교토에서 꼭 가야 하는 관광지를 꼽자면 빠지지 않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 사실상 그냥 걷는 코스여서 오래 걸리지는 않으나, 정상까지 찍고 돌아오려면 한 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다고 들었다 (안 해봐서 모름). 여우 신사라는 별칭 때문에 주변에 여우 관련 기념품을 많이 판다. 음식 파는 곳도 많다. 지하철 역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가기 힘들지는 않다.
• 나라 공원 -  코스 상 기요미즈데라와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들리고 주변 다른 도시인 나라로 향했다. 나라에서는 나라 공원과 동대사 (도다이지 절)을 들렸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나라 공원은 솔직히 악몽이었다. 공원 가득 사슴이 있기 때문에 온갖 곳에 똥이 가득해서 발 밑만 보고 걸었다. 그리고 사슴들이 먹이 주는 것에 익숙해서 와서 냄새를 맡는다. 한 명이 밥 주기 시작하면 여러 마리가 들러붙고, 그리고 먹이를 안 주면 공격하는 사슴들도 있었다. 앞에서 어린아이 두 명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사슴 주변에 가까이 가기 싫어졌다.
• 도다이지 절 - 세계 최대 규모라는 불상이 있다. 실제로 보면 입이 벌어지게 크다.

(좌) 기요미즈데라 (우) 산넨자카

 

후시미 이나리 신사

(좌) 나라 공원의 사슴들 (우) 도다이지 절

오랜만에 간 일본 여행 좋기는 했는데 ㅎㅎ 그냥 다음부터는 오사카는 건너뛰고 교토로 바로 넘어갈 듯하다. 교토의 풍경이 훨씬 마음에 들었고 오사카는 너무 복잡해서 정신없어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벚꽃은 하나도 안 핀 상태였다. 근데 꽃이 활짝 핀 때에 오면 정말 예쁠 것 같기는 하다.